육아

28개월 아이의 열경련과 입원, 고열, 응급실, 최악의 날

빵쭈야 2024. 12. 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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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기록할까 말까 고민했다가, 혹시라도... 정말 다신 안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는 차원에서 블로그에 기록해 본다.

 

지난 새벽에 아이가 열경련이 있었다. 난생처음 119도 불러보고 응급실도 가보고 정말 미친듯한 최악의 하루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잊기 전에.

 

-아이가 아침을 먹지 않았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컨디션이 안 좋은가?' 싶었지만 이런 긴가민가함으로 어린이집에 휴원처리를 할 순 없다고 생각되어 등원을 시켰다.

 

-키즈노트를 보니 잘 노는 사진이 있고, 밥과 간식도 잘 먹었다고 해서 '별일 아니었나 보다' 생각했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할 때 없던 콧물이 살짝 보이며 기침을 하길래, '또 감기에 걸렸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씻긴 후 늦게 귀가한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고 10시쯤 잠에 들었다.

 

-새벽 1시 반. 아이가 너무 심하게 기침을 하길래 물을 좀 줬는데, 갑자기 토를 했다. 깜짝 놀라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열이 있었다. 체온을 재봤더니 39도. 아무 미열도 없이 단번에 39도를 찍은 적은 처음이라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를 적신 손수건으로 온몸을 닦으려 했으나 아이가 심하게 거부하여 해열제만 먹이고 재웠다. 이불빨래 등을 하느라 부산스러웠기 때문에 2시 반쯤 잘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 아침에 소아과 오픈런 할 생각을 하며 누웠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 옷을 홀딱 벗기든 어떻게든 체온을 내렸어야 했다.)

 

-새벽 4시 반. 사실 나는 한숨도 못 자고 있었다가, 이불빨래가 다 됐다는 세탁소리에 일어나 건조기에 이불을 넣고 있었다. 아기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었으나 엄마가 없어서 깼나 보다 생각하고 넘겼는데, 아이 아빠가 벌떡 일어나 애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랬는데 '아이가 눈이 돌아갔다'는 소리를 했다. 아이가 경련을 했다며.

 

-무슨 소리지? 싶어 불을 켜보니 토를 한 아이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정말 깜짝 놀라 아이를 살펴보니 동공이 12시 방향으로 진짜... 하... 진짜 돌아가 있었고, 축 늘어진 몸이 다시 살짝살짝 두 번째 경련을 하고 있었다.

 

-당장 119에 신고하라며 남편을 닦달. 28개월 아이가 경련을 했다! 고 하니 119에서는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하라고 시켰다.

1. 아이의 고개를 돌려 기도를 확보할 것 - 토사물이 있으면 목에 걸리지 않게 빼내고 혀 말리지 않는지 잘 볼 것

2. 배와 가슴이 들락 거리며 숨을 쉬는지 볼 것

3. 아이의 팔다리 움직임을 잘 보고 주무르지는 말 것

(인터넷에서는 아이를 안고 있지 말고 바닥에 내려놓으라고도 되어있었지만, 이건 구급대원 의료진이나 병원 의료진에게 내가 직접 들은 말은 아니므로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근데 병원에서 말해주기를 다음과 같은 행동도 해야 의료진에게는 더 도움 된다고 한다.

1. 동영상을 찍어둘 것(이게 중요하다고 한다. 동공의 방향을 나 같은 경우는 정확히 봤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경황없는 경우 이런 것을 체크를 못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고 일부가 떨리는지, 전체가 떨리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 동영상을 무조건 찍으라고 했다. 어차피 경련이 일어나면 이미 멈출 수는 없다고 한다... 차라리 응급 처치를 빠르게 하고(고개 돌리기 등) 동영상을 찍는 게 나중에 의료진이 판단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2. 경련 시간과 간격을 체크할 것. 

경련이 한 번 인 것과, 두 번인 것은 정말 차이가 크다고 한다.

한 번은 단순 열경련으로 볼 수 있지만 두 번은 뇌전증... 흔히 말하는 간질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119에 신고를 했을 때, 아이가 경련을 두 번 했다고 신고가 되어서, 이 말에 병원에서는 핀트를 맞춰서 뭔가가 좀 이상하게 된 것 같지만... 이건 뒤에 계속 얘기하겠다.

 

진짜 잔인하다 싶긴 한데. 부모는 어떤 상황이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게 또 느껴졌다.

진짜 이성적이어야 한다...

 

-체감상 5분이 안되어서 구급대원 분들이 오셨다.(경황이 있었다면 구급대원분들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을 게 아니라 아이의 기저귀랑 옷이라도 하나 더 챙길걸 그랬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드리고ㅠㅠ 근데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는데...

정말 요즘 같은 의료대란에 너무나 감사하게 집에서 제일 가까운 상급종합병원 소아응급실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원분들이 체온을 쟀을 때는 무려 40도를 찍은 아이...

 

대원분들은 아이가 아마도 병원과 통화를 하면서? 아이 체온과 현재 상태 등을 공유하고, 나에게는 아이가 몇 번, 몇 분 동안 경련을 했는지, 해열제 먹은 시각과 어떤 종류를 먹였는지 등을 물어보셨다.

 

-119 안에서, 아이가 이 상황에 놀라 하는 느낌이 들어서 "우리 지금 oo이가 좋아하는 삐용삐용 타고 가고 있다?" 이렇게 농담조를 건넸다. 아이는 멍 한 상황에서도 "삐용삐용? 헤헤"하며 웃어줬다. 속이 타들어 갔다...

 

-응급실도착. 도착하자마자 역시 체온을 재고 아이와 나는 소아응급실에 들어갔다. 남편은 대기실에서 대기조로.

사실 나도 임산부라 보호자로 적합하진 않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들어갔다. 

 

-아이는 침대에 누워서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등을 체크받고 조금 안정을 취하고... 근데 그 와중에도 토를 하고, 누런 콧물과 함께 거센 기침을 했다. 계속 휴지를 얻어와 닦이고, 닦이고의 연속이었다.

 

-응급실 의사가 오셨다. 열경련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위에 내가 언급했던 '두 번 열경련을 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셨다. 한 번은 단순 열경련, 두 번이면 뇌전증일 확률이 높은데, 두 번의 경련이 간격이 짧았기 때문에 횟수 부분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열도 1시부터 났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이르다는 말씀을 하셨다. 토를 해서 급성장염 쪽도 의심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6시간 경과를 봐야 하고 소아과 의사에게 판단을 맡긴 후 입원을 하느냐, 외래를 보느냐가 지시될 거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뇌전증이라면 검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과, 만약 또 경련을 한다거나 토를 한다면 바로 말하라는 말씀도 하셨다.(앞으로는 37.5도만 넘으면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엑스레이 촬영을 하러 갔다. 촬영을 대기하는 동안 아이가 또 토를 했다. 간호사 분은 두 번 토한 사실도 적어놓는 듯했다. 엑스레이 촬영실에 임산부는 미리 말하라고 쓰여있길래, 임산부라고 말했더니 관계자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셔서 아이에게 "엄마 잠깐 빠빠이 하고 조금 이따 보자?" 하며 안정시키며 들어갔다. 몇 초? 지나서 나오라고 하셔서 나왔고 아이를 추스르고 데려왔다.

 

-피검사도 했다. 에효.. 아기들이 주사가 들어가는 순간 놀라서 움직이게 되면 핏줄이 도망가버린다며, 엄마가 무조건 꽉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제발 한 번에 뽑히길 기원하며 팔다리를 꽉 잡았다. 다행히 아기는 소리는 질렀지만 그뿐이었고, 얌전히 있어준 덕에 피 두통(이 작은 체구에서 이만큼이나 뽑다니ㅠㅠㅠㅠ)을 뽑고 수액 링거를 달았다...

 

-해열제도 수액식으로 맞았다. 두 개의 링거를 몸에 달게 된 애기를 보려니 정말 속이 타들어갔다. 아마 이쯤 되자 아이도 좀 졸려하고, 나도 안정을 찾았다.

 

-응급실은 진짜.. 계~속 애기들이 운다. 정말 계속 운다. 그 와중에도 잘 자는 애기를 보며 심정이 너무 복잡했다. 힘들었나 보다.

 

-해열제가 다 들어갔는데도 열은 39.3이었다. 자는 애기를 옆에 두고 맘카페며 블로그며 다 뒤지며 유사한 사례를 최대한 찾아봤는데 급성 열경련? 후두염과 비슷해 보였다. 이건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 보인대니 차라리 제발 후두염이길 했다. 뇌전증보단 나으니까...

 

-30분쯤 뒤 열은 38.9도로 조금 내려갔다. 아이는 계속 자고. 그 와중에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고 목이 타는 듯이 말랐다. 하.. 참자 참자 몇 번을 되뇌다가 결국 화장실을 가며 남편에게 물 한 통만 사다 달라고 했다.

 

-어느새 1시간이 지났다. 입원을 하자고 한다. 아이고... 이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 아기는 열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입원이 나을 수도 있겠다. 맘을 고쳐먹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소변검사를 하기 위해 아이의 기저귀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근처에 기저귀 파는 곳이 없어 남편이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집이 가까워서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이후에는 기저귀를 가져온 남편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간병 교대를 했다.

 

그러고선 지금까지 계속 남편이 아이 간병을 하고 있다. 임산부는 위험하다면서...

진짜 고맙고 미안하고... 바로 휴가를 내주는 남편 회사한테도 고맙고...

 

 

근데 결론은,

그 이후로 안정을 찾은건지 아이는 경련이나 토를 하지 않았다. 열은 계속 되는 상태.

응급실입원 당일에 했던 피검사, 엑스레이검사, 소변검사 등에서는 아이의 병 원인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뇌까지 검사를 해야 퇴원을 시켜주겠다는 입장인 듯해서... 뭐, 확실한 게 좋긴 하니까.. 그런데 수면마취를 해가며 뇌파검사를 하고 난 후 너무 지쳐서, 약에 취해서 계속 쓰러지는 아이를 보면서.. 이게 맞나 싶다...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는 그 후로 한 번 더 했지만 폐에 가래가 끼어있다는 것뿐 원인을 찾을 순 없었다. 

 

이쯤 되면 그냥... 진짜 급성열감기인 것 아닌가..

뭔가 이상한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헤집었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지만...

 

 

아직 MRI검사를 앞두고 있으니, 모르겠다.. 뇌파검사가 아무 이상만 없으면 그냥 퇴원을 요청할까 싶다.

열만 잡힌다면 말이다.(물론 이건 내 판단이고....)

 

 

 

절대 다시는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보게 되지 않기를 빌며 이 글을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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